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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10.06

2025.10.05 (Sun)
한여름 뙤약볕 밑에서 읽는 것보다 뜨겁고 따가운 책. 나는 나도 잘 모르는 이웃의 어떤 나라, 어떤 지역을 떠올리며 책을 읽는 내내 더위를 탔다.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도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서도 숨이 턱턱 막히고 내 입 안에까지 모래가 들어옴을 여실 없이 느꼈다. 글쓴이를 따라 나도 어제는 저 멀리 티베트 산맥에서 눈바람을 맞기도 하고 인도의 겐지스 강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눈의 여인과 어머니여신에 대한 이미지를 내심 그리며 나도 그렇게 단단한 여자가 되고 싶다고 느꼈다. 코끼리 신의 발밑에서 동글동글 굴러가는 쥐를 상상했다. 오늘은 이름 모를 사막에서 모래바람을 맞고 독재정권의 흐릿하고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소수민족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엉거주춤 그들 틈에 껴서 함께 빙글빙글 돌며 밤새 춤을 추었다. 글쓴이가 붉은 종이에 담은 그 지역들을 모두 방문하고 싶다가도 절대 가고 싶지 않았다. 지명과 역사를 자세히 알고 싶다가도 지금처럼 영 모르고 싶었다. 하지만 작은 부처는 갖고 싶었다. 내 손 안에, 주머니 속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부처. 금박지를 붙이지 않을 테니 무거운 짐을 지게 하지 않을 테니 나에게로 와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