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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10.19 ・ 스포일러 포함

2025.10.18 (Sat)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책 <미들마치>. 결혼해서,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최근 들어 괜히 생각나는 ‘결혼이 덫 같아’라는 가사를 가진 그 노래를 내내 곱씹으며 책을 읽었다. 도러시아와 캐소본, 로저먼드와 리드게이트는 배우자의 단면만 보고서 결혼했기에 그들의 결혼은 불행했다. 나이 많은 캐소본은 심장마비로 떠나면서까지 도러시아를 옥죄었다. 도러시아는 그의 유산으로 자신이 이상적이라 생각하던 많은 일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자신과 래디슬로의 행복을 선택하는 데까지는 짧지 않은 기간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래디슬로라는 ‘진정한 사랑’을 위해 자신이 누리던 것을 다 내던지고 뛰어드는 두 번째 인생은 분명 찬란했겠지! 리드게이트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에 비해 로저먼드는 왜 이렇게까지 동정심이나 이런 감정이 안 드는지 모르겠다. 글 중간중간 로저먼드나 불스트로드 등 일부 인물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치가 뚜렷하게 나타났음에도 나는 왠지 로저먼드에게만은 마음이 가질 않았다. 예쁘고 우아하고 사치스러운 그 여자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내 안에 내재된 여성혐오일까? 프롤레타리아 정신일까? ‘마님’이라 불리는 도러시아에 대해서는 연민과 애정을 갖지만 리드게이트 ‘부인’인 로저먼드에 대해서는 얄궂은 마음뿐이니 후자는 아니겠다 싶다…. 2권을 읽으면서 케일럽 가스만큼이나 좋아진 인물은 캠던 페어브라더 목사였다. 페어브라더 역시 메리에게 호감이 있었으나 그는 메리와 프레드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프레드에게 진실되게 말하는 장면에서 나도 프레드만큼이나 감동을 받았다. 페어브라더의 고백은 프레드가 자신의 삶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했고, 그래서 메리와 프레드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했다. 피날레에서 그의 뒷이야기는 알 수 없었으나 그래도 페어브라더도 잘 살았을 거라 믿는다. 결혼이… 뭘까? 몇 년 전부터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하고 우리도 7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으려니 종종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 같아서 회피 아닌 회피 중…. 때가 되면 어떻게든 되겠지.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이 책을 교훈 삼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나를 좀 믿고 그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