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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15시간 전 ・ 스포일러 포함

2025.10.25 (Sat)
짤막짤막한 한 장 한 장을 무덤덤하게 읽었지만 내심 치미는 울컥함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코레드였고 내 동생은 아율라였다. 비록 내 동생은 남자들을 죽이진 않았으나 나는 언제나 동생을 질투했고 증오했고 또 지나치게 사랑했다. 내가 질투와 시샘으로 가득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형도의 시를 읽으면 꼭 나를 위한 시처럼 느껴졌다. 나에게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장점을 금방 찾아낼 수 있는 천리안이 있다. 그래서 언제나 친구들이나 연예인들의 특별한 점을 빠르게 파악해 금방 사랑에 빠졌고 그와 동시에 그들을 부러워하고 질투하게 되었다. 남들에 비하면 내가 가진 것, 내 장점은 장점도 아닌 것 같았다. 언제나 타인을 선망하고 동경하는 사람에게 제일 가까운 대상은 가족일 수밖에 없었다. 예쁘고 매력적인 내 동생은 나랑 같은 성별을 가졌고 나와 2살 차이가 났다. 나는 날이 갈수록 그 애의 좋은 점을 시샘하고 청소년기를 기점으로 그 애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 애의 뼈밖에 없는 몸과 당당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나도 가졌으면 하고 바랐고, 충만한 자신감과 몸을 갈아서라도 해내는 책임감을, 예쁜 표정과 감각적인 사진 기술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성인이 되고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동생의 모든 것을 질투하고 시샘하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반면 그 애를 너무너무 사랑하기도 했다. 우리 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했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과 한평생 같이 살아온 이를 만나는 것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동생이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가면서 우리는 더 자주 연락을 했고, 동생이 대학원을 졸업할 즘부터는 거의 매일같이 메신저로 킬킬거렸다. 종종 서울에서 저녁을 먹고 숨이 넘어가게 웃다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아닌 척 금방 헤어지기도 하게 되었다. 만약 내 동생이 자신이 만난 남자들을 죽이고 나에게 연락을 했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쫓아가지 않을 수 있었을까? 저 애를 고발하고 정의를 구현할 수 있었을까? 죽어도 아니었을 것이다. 나 같아도 코레드처럼 나의 아율라가 죽인 시체를 몇 번이고 처리하고 그 애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내 동생은 내 직장에 관심이 없고 나 역시 내 직장에 관심이 가는 남자가 없다는 것이다. 심심할 때마다 우리 화제에 오르는 “자매의 진흙탕 싸움”이 현실적으로 우리의 일은 아니니까. 언니 코레드는 언제나 동생 아율라를 지키고 보살피는 쪽이다. 동생을 편애하는 이 세상에 대한 기대를 버린 지는 오래다.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까지 낚아챈 동생이 아무리 밉고 증오스러워도 동생이 그 남자를 죽이려다 되려 자신의 칼에 찔렸다면 언니가 파멸시켜야 할 것은 동생이 아니라 그 남자다.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로부터 동생을 지키던 언니는 언제까지나 동생이 안전하고 즐거운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켰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내 동생을 질투하지 않을 수는 없어도 그런 동생을 지킬 줄 아는 코레드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