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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11.10

2025.11.09 (Sun)
좀 오래 걸렸지만 재미있게 잘 읽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갔는데 마침 타임머신이 고장났을 경우를 대비하여 문명을 이룩할 방법에 대한 위트있는 책이었다. 책의 맨 앞부분에 표류하게 된 시간대를 확인할 수 있는 순서도가 있었는데, 빅뱅이 일어났을 때쯤부터 지금에 이르는 기나긴 시간 동안 높은 확률로 ‘그냥 포기해라’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 웃기면서도 새삼 놀라웠다. 우주가 기록한 시간에서 인류의 역사란 얼마나 짧고 하찮은지! 그럼에도 500쪽에 달하는 책이 나올 만큼 인류가 무언갈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생각해낸 게 조금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책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도구와 기술에 대한 장을 읽으면서는 고등학교 과학 시간이 떠올랐다. 드문드문 생각나는 그때가 벌써 10년도 넘었다니. 우리 학교는 과학중점고등학교여서 이과생들은 무조건 4개 과학 탐구 과목을 다 들었어야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 좋은 기회였다. 물론 사회 탐구 과목을 듣지 못한 건 조금 아쉽지만 분명히 그때의 나는 과학이 더 좋았으니까. 어쨌든, 그때 배웠던 것들을 떠올리며 읽으니 즐거웠다. 특히 좋아했던 화학 시간에 배운 주기율표나 공유 결합, 이온 결합과 같은 단어들이 나올 때마다 반갑기도 했고. 10여 년 전의 나는 그때 배운 것이 반갑게 느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나는 10년 전으로 돌아가진 않겠고… 사실 과거의 나에게 무언갈 하라거나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것들이 많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그냥 내버려 두고 싶은 마음도 크다. 굳이 간다면 10년 전까지는 아니고 그보다 조금 후에, 20대 초반의 나에게 가서 조금 잘 지내라고 하고 싶다. 후회하지 말고 지금을 누리라고. 떠나보내게 될 것들이 많으니 더 열렬하고 치열하게 사랑하라고. 그래도 굳이 나에게 기회가 생긴다면 우주가 생겨날 때를 정해서 가고 싶다. 우리는 별들로부터 왔다는데, 지금의 모든 것을 만든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눈으로 보는 것은 공룡이나 운석을 보는 것 이상으로 멋진 경험일 것 같다. 앗 그러고 보니 공룡도 좀 보고 싶을 것 같기도…. FC3000™이 만들어지면 꼭 이 책을 들고 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