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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11.16

2025.11.15 (Sat)
책 초반을 읽는 동안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생각했던 내용이 아닌데? <전쟁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을 가진 책치고는 전쟁 시에 들고 있다고 해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의 의의는 전쟁 중 부상과 사망의 위험을 제거하고자 노력하는 무수한 의사와 과학자들, 즉, 전장 뒤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조명한다는 데 있다. 물론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읽는 내내 ‘그렇게 연구해서 구하고 싶은 것은 결국 너희 미국인뿐이잖아?’ 하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미국’ 병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악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캡틴’ 아메리카시라면 미국인들의 생명만을 위할 것이 아니라 지구촌의 모든 인류를 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미국은 이슬람 문화권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사람들을 모든 이들의 적으로 프레이밍하는 데 열과 성을 다했으며, 중국과 러시아를 혐오할 수많은 구실을 만들어 퍼뜨렸다. 이런 미국의 선동을 무지성적으로 받아들이는 나머지 국가들! (특히 한국!)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길 싫어하는 국가들에 의해 미국은 정말로 세계의 캡틴인 것처럼 받아들여졌고 미국과 미국인 자신들도 그런 ‘캡틴 아메리카’ 이미지에 도취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미국이 지구를 지킬 위대하고 공정한 캡틴이라면 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지? 아무리 이 책이 10여 년 전에 쓰였다고는 해도 나는 트럼프를 또 뽑고 2025년에 이민자를 추방하고 MAGA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이 책 속의 위대하신 분들과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군사와 관련된 여러 과학 지식을 습득하기엔 나쁘지 않았으나 책을 읽는 내내 이해할 수 없는 유머(아마 미국 문화권에서는 좋은 농담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말들)를 보고 지겹다고 느꼈으며, 무엇보다도 미국인을 향한 반감이 심화되는 것을 느끼며 억지로 책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