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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11.29

2025.11.28 (Fri)
이런 류의 에세이를 결코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김창완 아저씨가 쓴 책이라서 호기심에 빌렸다. 유튜브에서 동물의 숲 브금을 틀어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서 그런 걸까? 아침 일찍 일어나 길고양이랑 새들에게 밥을 준 뒤 따뜻한 보온병을 챙겨 자전거를 타고 방송국으로 출근을 하는 김창완이 동물의 숲 주민처럼 느껴졌다. 서글서글하게 웃는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김창완 아저씨. 가수라던가 연예인이라기보다는 그냥 아저씨라고 부르고 싶은 왠지 모를 친근함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찌그러져도 동그라미’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게 그렇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나름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살아왔기에 꽤나 충격이고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게다가 취업 준비를 하느라 마음이 지금보다 배로 불안했을 때니 더 그랬겠지. 아무튼 그때부터 김창완은 내 마음 한 켠에 은은하고 기분 좋게 존재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꼭 가볍지만은 않다는 걸 안다. 오늘 이 책도 나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김창완의 아침 라디오를 듣듯이 읽었다. 학원 가는 길에, 집에 가는 길에 조수석에서 아무 생각 없이 듣던 것처럼 가볍게. 하지만 동시에 정말 많은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특히 어린이들에 대해서. 김창완이 사랑을 듬뿍 담아 남자 어린이는 짱구, 여자 어린이는 짱아라고 부르는 것처럼 나도 어린이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보여주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 되는 게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 매달 어린이들의 글을 읽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처럼 해도 정작 그렇게 진심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애들이 편법을 쓰지나 않을지, 선물에만 눈이 먼 건 아닌지 짐작하며 수상자를 선별하는 데 집중했지 정말로 그 애들이 쓴 글에 그들의 진심이 담겼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나라를, 어떤 사회를 물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전에 내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되돌아보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커피를 마시고 구내식당에서 밥도 먹고 친구들과 아침저녁으로 안부 문자도 주고받는 김창완은 ‘낭만’ 그 자체였다. 낭만을 알고 낭만을 추구하는 게, 그런 삶도 있다고 이렇게 은근하게 말해주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삭막하고 냉정한 이 세상에서 여전히 마음에 꽃 한 송이 쥐고 사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물론 책에 다 드러나지 않은 그의 삶 전체가 낭만일 순 없다는 걸 안다. 언젠가 지윤이가 ‘그 아저씨는 찌그러져도 동그라미라고 했으면서 자기는 노래 몇 번을 하고도 아쉽다고 다시 하자고 했다’며 툴툴거렸던 것처럼, 김창완 아저씨에게도 찌그러진 동그라미는 동그라미가 아닌 날이 있겠지. 그렇지만 그런 날은 또 그런 날로 남기고 다음 날 아침이면 새로운 날을 새롭게 맞이할 줄 아는 것. 그런 삶의 태도를 정말로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