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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12.02

2025.12.01 (Mon)
즐 거 운 곳에서 는 날 오 라하여 도 내 쉴 곳은 작 은집 내 집뿐 이 리 트위터에서 이 시를 본 것이 화근이었고 이 시가 수록된 시집 이름이 <캣콜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 동안 나는 즐거운 나의 집의 저 부분만 불렀고 끊임없이 불렀으며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버스에서도 남들을 만날 때도 일할 때도 내 방 침대에 누울 때도 저 노래의 저 부분만 불렀다. 그리고 드디어 종이책으로 마주한 순간! 지붕은 즐거운 나의 집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집은 엄마와 아빠의 경진에 대한 가스라이팅으로 가득 차 있다. 목사인 아빠는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고 자매는 서로를 겨누고 엄마는 엄마는 언제나 딸에게는 복잡다단한 존재이다. 작품 해설에 쓰인 글 같은 걸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나는 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했고 내 글솜씨는 날이 갈수록 어딘가 진부해지고 있으며 타인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럴 수 없었던 운명일지도 몰라. 나는 왠지 이 시집에 다닥다닥 붙은 모든 시보다 작품 해설에 더 눈이 갔다. 2018년에 나온 이 책을 여성주의 관점에서 읽기. 나도 그런 걸 하고 싶었는데! 근데 정작 2018년은 지나갔고 대학원생을 꿈꾸던 2019년과 2020년도 지나갔으며 이제는 2025년마저 떠날 채비를 하는 마당에 나는 그저 이 책을 ‘빨리 읽고 덮은 다음 게임하러 갈 궁리하기’ 관점에서 보았을 따름이다. 전 남자친구들로부터의 가스라이팅이니 스페인에서의 인종차별이니 캣콜링이니, 나는 이제 좀 피로한 것도 같고, 아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도 이제 여자들이 정말로 내가 위하고 싶은 대상인지 의심스럽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어른이 된 것 같다. 이제는 정말로. 많은 것을 못 본 척하고 생각이 들면 지워버리고… 어제 지하철역에서 되돌아가 빅판 분께 빅이슈 한 권을 산 것으로 면죄부를 얻고자 하면 너무 치사한가? 가족, 여성, 가족 내 여성, 이성애, 자매애 이 모든 것을 날 것의 글로 담아낸 작가는 7년이 지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을까? 나만 변했으면 슬플 것 같다, 고 적으려다 생각해보니 그도 변했다면 더욱 슬플 것 같다. 우리 이래서 세상을 구할 수나 있을까요? 우리? 주제넘는 호칭인가요? 그렇다면 미안합니다. 즐거운 나의 집이나 부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