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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2025.12.21

2025.12.20 (Sat)
나는 후각이 예민한 편이다. 내 코가 여름날 뜨거운 햇살의 냄새를 알고 추운 겨울의 냄새를 알아챌 때마다 종종 증오스럽기도 한 그 계절들을 사랑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나는 수많은 악취를 맡고 괴로워한다. 해산물의 비린내, 돼지 잡내, 발밑 하수구의 구역질 나는 악취…. 냄새에 민감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역겨움의 역치가 조금 더 낮음을 의미하는 걸까? 그렇다면 대체 그 역겨움이라는 것은 무엇이고 그 기준은 뭘까?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한 후각 담론은 혁명 이후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우선 화학자들을 중심으로 독기니 플로지스톤이니 하는 것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이후 의사와 행정관들이 병원 또는 감옥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공기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불쾌한 냄새와 향기로운 냄새가 구분되기 시작했다. 배설물이 역겨움의 범위에 들게 된 것도, 부르주아지가 민중에게서 나는 ‘가난하고 불결한 냄새’로 그들과 자신들을 구분하게 된 것도 모두 그쯤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배운 자들과 부유한 자들은 처음엔 탁한 공기를, 그다음에는 배설물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나아가 배설물과 연관되었다고 생각되는 또는 생각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빈민, 노동자, 농민, 노인, 하녀와 하인들, 병자들, 타 인종, 동성애자…. 그들의 혐오에는 냄새라는 정당성이 있었고 꽤나 견고했다. 부르주아지의 대척점에 서있는 이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배부른 자들에 저항했지만 이는 오히려 더 큰 혐오감을 만들어냈다. 부르주아지들은 같은 계급의 여성들에게도 냄새의 굴레를 씌웠다. 어느 순간부터 사향이나 용연향이 나는 여성들은 천박한 여성들이라 여겨졌고, 순결하고 우아한 여성에게서는 날 듯 말 듯한 꽃향기가 은은하게 퍼져야 했다. 조향사들은 직접 만든 향수로, 문학가들은 자신의 글로 여자들을 꽃이라는 액자 안에 꼭꼭 가두고자 했다. 그와 동시에 여성의 살결에서 나는 여성 본연의 향기라는 것이 은밀한 유혹으로 여겨졌다. 꽃이 만개한 정원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유럽인 귀족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가 얼마나 많은 이슈를 껴안고 있는지! 책을 읽으면서 내가 당연시하는 위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매일매일 샤워를 하는 것 외에도 미세먼지가 없으면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는 것, 옷을 매번 빨아 입는 것, 매일 바닥을 쓸고 닦는 것. 가끔 다른 이들에게 좀 유난스럽다는 소리를 듣는 것. 이게 당연한 거라면 그건 누가 정한 것이고 언제부터 그런 것일까? 분명한 건 나 혼자 다 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러한 것을 부르주아지적 역사와 사회의 잔재라고 여기고 벗어나야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프랑스가 아닌 근현대 한국에서의 냄새와 위생의 역사를 알 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나는 더 청결하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생각을 유보하고 싶다…. 솔직히 이 책 다 읽자마자 샤워하고 화장실도 청소하고 방바닥도 청소 한번 싹 돌리고 싶어졌는데 내가 어떻게 이 위생 강박에서 벗어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