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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2025.12.29 ・ 스포일러 포함

2025.12.28 (Sun)
죽은 사람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 1위가 부활인데… 보는 내내 진짜로 죽은 몬시뇰이 일어날까봐 걱정했고 실제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여)서 경악했다. 부제 정말 잘 지었군! 블랑이랑 또이또이할 정도로 신앙이 없는 편이기에 초반에는 완전 아멘 영화네 했으나 마지막에 마사가 죽어가며 고해성사를 할 때는 나까지 아멘 하고 있었다. 그만큼 몰입이 잘 되는 영화였다는 뜻. 전직 복싱 선수였던 주드 신부가 좌천되듯이 간 성당에는 몬시뇰 윅스가 군림하고 있었다. 주드는 몬시뇰의 설교와 몬시뇰이 교회를 이끌어가고 신도들을 대하는 방식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기에 그가 죽었을 때 너무나 당연하게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범인은 주드가 아니었고. 이번 3편도 재미는 있었으나 전작들에 비해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일단은 영화 스토리 라인이 전반적으로 매가리가 없었다. 영화 내내 주드가 아닌 진짜 범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그를 찾는 데에 전력을 다하기보다는 글쎄… 대체 무엇에 전력을 다하셨나요? 범인 찾기도 아니고, 주드나 몬시뇰, 마사의 서사도 아니고 이러면 진짜 그냥 회개한 젊은 신부의 주드의 아멘 이야기밖에 더 되나…. 게다가 마사가 너무 갑자기, 순순히 고해성사를 하고 죽음으로써 영화가 갑자기 푸시식 하고 김 빠지듯이 끝나는 느낌도 있었다. 탐정으로서 블랑의 능력이 발휘되지도 않았고, 진범이 밝혀지는(고해하는) 순간이 그닥 극적이지도 않았고, 사람은 많이 죽었고, 뭐 어떡할까요. 다만 마음에 들었던 것은 주드와 몬시뇰의 대치를 통해 현대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를 시사하는 점이었다. 물론 그것도 좀 종교적이라 썩 내키진 않지만, 블랑도 신앙이 없는데 열심히 추리했다고 생각하면 나도 못 쓸 건 없다고 생각도 든다. 몬시뇰은 그의 설교에서도 언급되는 가부장제와 여성 혐오로 대표되는, 낡은 기독교적 가치를 상징한다. 혼외자로 자신을 낳은 자신의 어머니 그레이스를 ‘음탕한 창녀’라고 공공연하게 부르며 증오하는 동시에 싸이가 자신의 혼외자임을 밝히는 데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이 사실이 밝혀질 때 몬시뇰로부터 등 돌린 베라와 시몬은 여성이고, 그럼에도 지지함을 밝힌 리와 냇은 남성이라는 점도 몬시뇰이 상징하는 남성 우월적인 가치관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낡은 것이고 옳지 않은 것이며, 무덤에 들어가야 하고 부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설령 부활했더라도 그것은 거짓이고 다시 무덤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이 영화는 그렇게 말한다. 반면 주드는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상징한다. 주드는 곪을 대로 곪은 성당에 새롭게 부임한 신부로, 성당을 그대로 방치하기 보다는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자 하는 열의를 의미한다. 이는 몬시뇰과 대척되는 점에 있는 진실과 정의, 평등과 존중을 뜻하기도 한다. 주드는 몬시뇰을 죽이지 않았음에도 죄책감에 시달렸고 추후 샘슨의 죽음도 자신의 일이라 여기고 자수하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죽어가며 고해성사하는 마사에게도 그가 증오했던, ‘음탕한 창녀’로 패싱되었던 ‘여성’ 그레이스에게 용서를 구할 것을 청한다. 생각해보면 성당에 있던 이들 중 그레이스를 가엾다고 느낀 사람은 주드가 처음이기도 했다. 남성이 여성에게 씌운 창녀, 더러움이라는 프레임을 걷어내고 그가 받았을 핍박과 고통에 응할 줄 아는 사람, 그를 가여이 여길 줄 아는 사람인 주드는 낡은 성당을 대신할 새로운 성당이다. 이로부터 낡은 세상이 아닌 새로운 세상이 나아갈 방향이 제시되고 더 나아가 진정으로 예수의 가르침-사랑-을 실천하는 신자의 모습이 제시된다. 이는 신앙의 유무를 떠나 모든 사람에게로 확대되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이번에도 아는 얼굴들이 둘이나 나왔는데, 다니엘 크레이그는 어제 본 <글래스 어니언>과 달리 꽤나 머리가 길어 있어서 처음에는 못 알아봤다. 정말 죄송하지만 짧은 머리가 더 탐정스러우세요. 반가운 얼굴 둘은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배우인 밀라 쿠니스 그리고 호크 아이 배역 때문에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 배우인 제레미 레너였다. 밀라 쿠니스는 지금껏 내가 본 모든 그의 필모 중에서 제일 진중한 역할로 나왔는데, 몬시뇰 윅스 살인 사건의 담당 경찰로 등장해서 블랑과 주드 신부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주연이라기엔 약간 주조연 같은 느낌이긴 했는데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 자체가 아름답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준 사람! 쓰다 보니 굉장히 길어졌는데 그렇게까지 재밌게 보진 않았다. 다만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영화였다. 4편이 나오려나? 언제 나올진 모르겠으나 다음에는 생각할 거리도 좋지만 더 짜릿짜릿한 추리를 가져와주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