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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1.18 ・ 스포일러 포함

2026.01.17 (Sat)
!!!!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 있음 !!!!! 좋은 영화였다.... 어디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느끼는 외로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벤지의 표정과 상황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것 같다. 그래서 벤지는 마지막에 데이비드와 집에 돌아가지 않았겠지. 거기는 내가 있을 공간이 아니니까. 데이비드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고, 벤지는 "미친 사람들"이 많은 공항에 있는 게 더 좋은 거겠지. 소속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낯선 사람들만 모인 공간임에도, 거기가 더 편하게 느껴져서 스스로가 싫어지는 뒤틀린 감각. 영화를 보다보면 벤지에게 햇빛이 비춰지는 씬이 제법 있는데 (호텔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이라든가, 기차 안에서라든가) 그게 데이비드의 눈에 보이는 벤지 같아서 기분이 참 묘했다. 실제로 그 식당 씬에서 데이비드는 벤지가 정말 빛나는 사람이라고 인정하기도 했고. 어딜 가든 빛나는 사람이고, 부러우면서 동시에 죽여버리고 싶다가도, 너무 사랑스럽고, 그렇기에 원망스러운. 그렇게 생각하면 이 영화의 깔이 왜 <애프터 썬>과 비슷한지 너무 잘 알겠다... 투어가 끝나갈 무렵, 벤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영향을 미치는 밝은 젊은이라는 게 느껴진다. 모든 사람들이 헤어짐이 아쉽다는 듯 벤지를 안아주고,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심지어 투어 가이드도 네 말에 내가 부족한 걸 알게 되었다 뭐 이런 얘기를 하니까. 정작 본인은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하고 웃으며 넘겨버리지만. 반면 데이비드에게는 그냥 가벼운 인사가 끝이다. 더 연락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고. 투어에서 만났던 사람. 그 정도의 관계인 거다. 그렇게나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려 벤지 대신 사과하고 그랬으면서도. 그러니까 데이비드는 벤지를 동경하면서도 혐오할 수밖에 없지... 나는 저렇게 무례할 정도로 솔직할 수 없는데. 모든 관계의 거리를 재면서 강박처럼 살아가는데. 어떻게 쟤는 나랑 몇 달 차이밖에 나지 않으면서 저렇게 살 수 있지? 그런... 하지만 사람은 원래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데이비드는 벤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거임. 근데 벤지도 데이비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거고. 데이비드의 불안은 벤지의 불안과는 다르니까. 사실 나는 벤지보단 데이비드에 가까운 사람이라... 데이비드의 울렁거림에 공감했던 거 같다. 강박적으로 "정상성"에 닿으려고 이것저것 아등바등 노력하는 것들. 그런데도 어딘가 결여되고 부족한 그 감각.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도 엔딩의 마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사실 마지막에 벤지 표정 보면서 좀 울컥했다. 오지도 않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기다림이라는 것 자체가 마치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느낌이었다. 벤지가 그렇게나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거리낌 없이 내뱉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이상한 눈초리를 받는 행위까지 모든 게 자기파괴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그 공허한 기다림 자체가 벤지에게는 형벌인 거지. 맞아. 내가 기다려도 데이비드는 오지 않을 거야. 이제 또 한참동안 연락할 일이 없겠지. 그래도. 혹시나. 역시 아니겠지만.
쇼팽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