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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1.21 ・ 스포일러 포함

2026.01.20 (Tue)
한참 전에 인터넷에 종종 떠도는 글이 있었다. 목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에 대한 소설이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짧게 연재되며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나는 그런 설정을 정말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단 한 번도 꼼꼼하게 읽어보진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자마자 그 글을 읽었더라면, 하고 조금 후회하게 되었다. 아마 이 책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을 것이지만 그래도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전 하레이는 켈빈에게 어떤 연인이었을까? 기바리안과 스나우트, 사르토리우스과 그들의 ‘손님’은 어떤 관계였을까? …만약에 내가 ‘손님’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건 누구일까? 모든 ‘손님’이 진실을 알게 된다면 하레이처럼 소멸을 희망하게 될까, 아니면 지구에서 살았던 ‘진짜’ 하레이처럼, ‘하레이’의 속성이랄 게 소멸인 걸까? 책은 끝끝내 그 어떤 물음에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솔라리스라는 행성과 바다의 정체도, 켈빈의 미래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다. 생각할 거리를 끝없이 주는 것 같다가도 아예 생각이라는 걸 시작도 못 하게 하는 막막한 책. 그런데도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고, 그 모호함과 막막함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 중 하나가 나인 것도 같다고, 그런 생각이 들면 자만일까? 사실 솔라리스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않는 것보다도 더욱 좋았던 건 인간에 대한 작가의 평가와 나의 평가가 일치하는 맥락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나는 언제나 사람들이, 인간들이, 아니 인류 전체가 지나치게 자의식과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론 그에 분개하고 또 때론 한심함과 안타까움도 느끼면서 나 스스로도 인간이라 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중심의 사고를 떨쳐내고 싶었다. 작가는 솔라리스학의 연대를 제시하며 그 점을 아프도록 꼬집는다. 인간이 인간이기에,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한 나머지 그 바깥의 관점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 인간 아닌 것을 인간처럼 여기고 이해하려고만 한 것. 이 저주와도 같은 모든 것은 사실 우주로 나아가기 한참 이전부터 같은 인간끼리도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지 않으려 한 것, 자신의 입장에서 타인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원죄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이는 인간이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족쇄이기에 나는 책 속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솔라리스는 영원히 베일에 싸인 행성으로 인류에게 존재할 것이라고, 그렇게 막연히 생각했다. 인간에게 죄가 있다면 내가 아닌 이(그것이 인간이든 아니든 간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하지 않는 것, 벗어날 수 없는 ‘나’ 자신만의 입장에 순순히 무릎 꿇는 것이라고. 비단 우주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인간은 지나치게 오만하다. 아직 컴퓨터도 나오기 훨씬 이전에 이 책이 나왔을 때도, 지금도, 아주 오래된 과거와 아주 먼 미래에도. 그리고 우리는 이 오만함과 비대한 자의식의 벽을 영영 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숙명이고 운명이다. 하지만 운명에 순응할 필요가 있나? ‘우리’가 아닌 다른 많은 이들을 면밀하게 고려한다면, ‘우리’의 범위가 넓어질 지도 모른다. 혹시 몰라, 언젠가는 솔라리스도 ‘우리’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