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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2.10

2026.02.09 (Mon)
나의 꿈은 요절이었다. 30살이 되기 전에 죽으리라 다짐했고 내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이 죽은 이후로는 그보다 더 살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2021년이 되니 겁이 났다. 여전히 죽고 싶었지만 겁이 났다. 남겨질 이들을 걱정하는 척 나는 무엇을 걱정했던 것일까? 그리고 서른이 되었다. 나 더 이상 꼭 죽고 싶지만은 않다. 종종 나보다 어린 언니를 떠올리며 아쉽긴 하다. 오늘 기형도의 책을 읽으면서도 아주 오랜만에 아쉬움을 느꼈다. 진작에 죽을걸. 너무 외로워서 나는 무덤으로 가고 싶었다. <질투는 나의 힘>은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 고, 언제나 상상하는 시. 나에게는 타인의 장점을 빠르게 포착하고 사랑하는 초-능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동생을, 친구들을,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사랑했고 선망했고 동경했고 미워했고 시기했고 질투했다. 내가 갖지 못하고 그들은 가진 많은 속성을 질투하고 부러워했다. 감히 내 것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열망에 비참하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했으나 <질투는 나의 힘>을 교과서 바깥에서 읽고 난 어느 어른 시절에 나는 진실로 질투를 나의 힘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질투가 나의 흠이 아니라 초-능력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고는 아! 나의 질투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니 이 시를 내 것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나 있을까? <빈집>은 내가 아는 시 중에 가장 사랑스럽고 슬프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는 언제든 몇 번이고 곱씹어도 아쉽지 않은 문장. 이를 읽을 때마다 내 마음까지 텅 비는 느낌이 좋다. 사무치는 외로움이 좋고 우울함마저 사랑하게 된다. 나 시간이 지나 나의 우울함을 기질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지금 <빈집>은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내 무덤에 묘비에 이 문장을 새길 수만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죽지 못한 세월이 아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나는 죽음과 거리가 조금 생겼다. 아득바득 살아보겠다고 매일 아침 일어나 회사에 가고, 조금 더 살아보겠다고 휴가를 받자마자 비행기 표를 끊어 이곳에 왔다. 기형도의 시린 겨울과는 거리가 먼 이 나라 더위 속에서 나는 소파에 누워 서리와 눈발을 만끽한다. 여름을 좋아하던 내가 겨울을 사랑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내가 나를, 나의 우울과 나의 죽음에 대한 사랑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이후 나는 나와 진정으로 어울리는 계절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죽는다면 시리고 시린 한겨울에 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