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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2.17

2026.02.16 (Mon)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날의 자료 화면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팔로 다른 의료진들을 뒤로 밀어내고 칼 앞에 서던 임세원 교수의 모습. 그가 살아있었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그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만 같다. 나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어렸고 심한 우울감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정말 시간이 지나고 내가 나와 내 우울증을 받아들인 지금, 그의 유일한 저서는 그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지나온 길이 이미 그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거쳐 간 길이라는 사실, 그러므로 그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 내가 잘 해내 왔다는 사실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죽고 싶지 않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여전히 슬프고 종종 충동적인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나조차도 나라는 걸 이해한 이후로는 그렇게 괴롭진 않다. 임세원 교수도 그랬다고 한다. 끝없는 고통에 죽고 싶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죽을 각오도 했지만 그런 아픔이 그의 전부가 아님을 깨달은 뒤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현재에 충실하며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졌다. 작은 기쁨을 모아 고통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도록 했고 가족으로부터 사랑과 응원을 주고받았다. 나는 여전히 멀었다. 작은 기쁨을 모으려다가도 전부 내팽개치기 일쑤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대비하는 버릇은 여전히 고치지 못했다. 그래도 이젠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에 정말 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임세원 교수는 떠난 뒤에도 여전히 나와 같은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그가 남기고 간 것들, 이 책과 ‘보고 듣고 말하기’, 임세원법까지 자신만큼이나 타인을 사랑한 임세원 교수는 여전히 이 세상에 남은 우리를 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