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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3.11

2026.03.10 (Tue)
동물권리의 역사를 조명하는 듯 했지만 사실은 그 뒤에 드리워진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그림자를 보여주고 있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책. 글쓴이는 현대인의 제한적인 동물 애호와 여전한 무관심 또는 혐오가 근대 유럽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았다. 런던, 파리, 뉴욕과 같은 대도시가 특히 그랬으나 산업화 이후 수많은 도시가 그와 달랐을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도시가 형성되면서 동물들은 소외되었고, 개중 '선택받은' 일부는 선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소와 말은 대체제가 나타나기도 전에 방치되었고 낙타와 코끼리는 견디지 못해 죽음을 맞이했다. 뿐만 아니라, 동물들은 식민지배자들이 피식민자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데 이용당하기도 했다. 피식민 민족들은 유럽과 미국의 식민주의자들이 정한 '그들'의 동물권 인식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한 영원히 미개인 취급을 받았고 그렇다고 해서 식민지의 동물들이 더 나은 취급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독일의 첫 동물원에 데려갈 어린 동물들을 포획하기 위해 수많은 성체가 살해당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흡한 지식과 함께 전쟁에 동원된 수많은 역축들이 죽어갔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당연히 식민주의와 제국주의가 있었다. 도시에서 소외된 하층민만큼이나, 식민 지배를 받은 민족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피해를 본 것은 모든 동물들이었다. 나는 이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레이디와 트램프>에서 레이디가 잡혀간 이유가 단지 강아지라서 그런 것이 아님을 안다. 인간 주인을 곁에 두지 않은 레이디는 배회견이라고 판단되었고 달아나지 못했다면 레이디도 다른 배회견들과 마찬가지로 익사당하거나 목이 졸려 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뒤에 남겨진 친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순진한 아가씨에게 트램프의 과거를 알려주고 노래로 달래주던 그 많은 친구들은? 그 생각을 하니 너무 너무 슬퍼졌다. 실제로 배회견에 대한 이런 '인도주의적' 처우가 사실은 굉장히 잔인한 것이라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은 감정적이라는 이유와 함께 조롱당했다고 한다. 감정적인 게 어때서? 지금도 누군가(주로 여성들)에게 감정적이라며 쯧쯧거리는 사람들(주로 남자들)은 감정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이성만 찬양한다. 그러나 그들 중 이성적으로 보이는 이가 딱히 없다는 게 최종 웃긴 지점인 것 같고... 그리고 다른 인간 및 비인간 개체들과 '함께' 살려면 감정은 필수다. 이건 자명한 사실. 이 책은 현대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것은 당장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나오나, 우리 무의식 기저에 깔린 특정 동물에 대한 사랑과 또 그와 대비되는 특정 동물에 대한 혐오는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식민 지배를 받았던 민족으로서, 엄청난 속도로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루어내며 다수가 아닌 수많은 이들을 뒷전으로 내팽겨치는 게 익숙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과거뿐만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논의는 필수적이다. 우리 인간이 비인간 특히 동물들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음을 부정할 수 없는 지금 글쓴이의 말마따나 호혜적인 다생물종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책임은 거의 전적으로 우리 인간에게 있다. 단순히 내 주변의 동물, 반려견이나 반려묘 등 익숙한 동물만을 위할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각으로 더 다양한 동물을 고려해야 한다. 문득 지난번, 얼결에 사육곰을 위한 후원도 시작한 것이 떠올랐다. 그땐 거절하지 못해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육곰들의 현실을 알고 외면하지 않은 나의 선택이었던 것도 같다. 조금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는 비인간을 위한 단체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