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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3.13

2026.02.17 (Tue) ~ 03.01 (Sun)
에휴 이 가족은 다 같이 손 붙잡고 정신병원에 갔어야 함. 특히 부모... 차가운데 끈적이는 식은땀 같은 이야기임. 전반적으로 이국적이고 상당히 독특했다. 일상과 비일상을 오가는 비유들에 캐릭터의 생활상이 구체적으로 묻어나서 현실감있다. 배우고 싶은 표현들이 진짜 많았음.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가정과 종교, 개인. 배설, 가축, 압정. 성적 묘사나 코드가 기묘함.
나중에 나는 바로 이때부터 공허가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맛히스 오빠의 죽음 때문이 아니라, 냄비와 텅 빈 러시아풍 샐러드 통 속에 담긴 채 떠나가버린 이틀간의 크리스마스 때문이었다고.
34p
이 마을 사람들 중 생각에 잠기길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작물이 말라죽을 수도 있는 데다, 우리는 땅에서 나오는 수확물에 대해서만 알지 우리 안에서 자라나는 것들에 대해서는 모르기 때문이다.
43p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른다. 내 마음은 내 코트, 피부, 갈비뼈 안 심장 속에 깊이 숨어 있다. 내 심장은 엄마 배 속에 있었던 아홉 달 동안에는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엄마 배를 나오고 나서는 시간당 몇 번이나 뛰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심장이 내게 뭔가가 잘못됐다고 알리려고 박동을 멈추거나 빨리 뛰기 시작할 때도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64p
엄마는 오믈렛을 덜면서 나를 한 번도 만지지 않는다. 우연히 몸이 닿지도 않는다. 나는 한 발짝, 또 한 발짝 물러선다. 슬픔은 사람의 척추에까지 올라온다. 엄마의 등은 점점 더 굽어간다.
80p
나는 내 안에서 곰팡이가 자라날까 봐 여전히 걱정이 된다. 아빠는 향신료를 가미한 롤빵을 커다란 칼로 썰어서 곰팡이 핀 부분을 잘라내는데, 나는 그 빵 조각처럼 언젠가 내 피부도 푸른색과 흰색으로 변할까 봐, 그애서 내가 닭 모이로밖에 쓸 수 없는 존재가 될까 봐 걱정스럽다.
83p
"···언젠가 너희를 호수로 데려가주겠다고 약속할게. 그러면 우리는 같이 수련 잎까지 흘러갈 테고 어쩌면, 정말로 혹시 모를 일이지만, 내 코트까지 벗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 잠시 불편하겠지만, 목사님 말에 따르면 불편한 건 좋은 거래. 불편할 때에야 우리는 진짜가 된댔어."
164p
하나가 나를 꼭 껴안는다. 마치 자기 인형을 안듯이 내 겨드랑이 밑을 붙잡으면서. 엄마 아빠는 누군가를 안아주는 일이 좀처럼 없다. 타인을 안으면 자기 비밀의 일부가 바셀린처럼 상대방에게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껴안지 않는다. 내가 어떤 비밀을 드러내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212p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우리 심장 속이나 피부 밑에 늘 눈에 띄게 존재한다. 엄마가 내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목소리로 엄마를 사랑하느냐고 물을 때 내가 "하늘만큼 땅만큼"이라고 대답하면 가슴이 쪼개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듯이. 가끔은 갈비뼈가 갈라지는 소리마저 들려서, 이러다 영원히 부러져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다.
220p
나는 서글픈 기분이 든다. 나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 때문이다. 하나님은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주체할 수 없는데도 사람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고 있지 않은가.
24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