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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3.14 ・ 스포일러 포함

2026.03.13 (Fri)
어떤 사랑은 사랑인 줄도 모른다. 어떤 사랑은 우정처럼 보인다. 어떤 사랑은 다른 사랑보다 진할 수 있을까? 그럴 지도 모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두 번 추천을 받았다. 대학교 사회학 강의 시간에 교수님으로부터 한 번, 그리고 전 직장 동료 지현 님으로부터 한 번. 교수님은 <가족> 이야기를 몇 번이고 했고 지현 님은 <괴물> 이야기를 몇 번이고 했다. 그리고 얼마 전, 다 같이 만날 날을 정하자고 카톡을 하다가 지현 님이 이 영화의 배경이 된 동네에 2박 3일 동안 머물며 오로지 영화 <괴물>만을 위한 여행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그걸 브이로그처럼 만들어 기록했다는 것도. 누군갈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느낀 거지만 늘 지현 님의 열정이 부러웠다. 사랑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 극장에서 16번이나 보고 일본도 다녀온 지현 님을 떠올리며, 나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어떤 사랑은 다른 사랑보다 진할 수도 있겠다, 고 생각했다. 미나토와 요리는 초등학교 5학년이라고 했다. 영화는 처음엔 어른들의 시각에서 진행된다. 미나토의 엄마, 호리 선생님의 시각에서 보이는 초등학생 미나토를 둘러싼 상황은 가히 문제적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게, 어른들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 결과 수많은 오해가 쌓이고 쌓이고 서로가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영화 중반을 지나며 우리는 미나토와 요리, 특히 미나토의 시선에서 그들을 둘러싼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부여받는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그러한 기회를 누구보다 먼저 가진 사람이 호리 선생님도 미나토의 엄마도 아닌 교장 선생님이었다는 점이다. 미나토와 함께 악기를 불며 말하지 못한 사실들을 토해내는 교장 선생님을 보며 내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영화 내내, 나는 색안경을 끼고 미나토를, 호리 선생님을, 교장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내가 어른이기 때문이었다. 너무 많이 알고 너무 많이 겪은 탓이었다. 영화가 결말을 향해 달려갈수록 나는 부끄러워져만 갔다. 미나토와 요리를 찾으러 산사태가 일어난 산으로 함께 달려가는 미나토의 엄마, 그리고 호리 선생님을 보며 부럽기도 했다. 나는 관객으로 미나토와 요리를 바라본 결과 색안경을 벗어낼 수 있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직접 보지 않았음에도 어른의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최근 몇 년 이제는 정말 어른이 다 되었구나 하고 스스로 느끼던 순간이 꽤나 있었다. 언제나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정작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큰 슬픔을 느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알았기 때문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웬만한 일에는 무감각해지는 것이고 자꾸만 모른 척하고 싶은 것이며 순수한 마음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요리는 엉뚱한 성격으로 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미나토는 교실에선 그를 방관하지만, 학교 밖에서 미나토와 요리는 가장 친한 친구이다. 친구… 친구라는 이름으로, 우정이라는 말로 모르고 떠나보낸 사랑이 얼마나 많을까? 일전에 트위터에서 본 어떤 사람의 글을 떠올리며 나는 안도했다. 그래도 미나토는 모르지 않았기 때문에. 다행이다. 버려진 기차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 속엔 요리가 말한 우주가 있었다. 그래서 미나토는 겁이 났을 것이다. 생물학적 반응이 온 것도 그렇지만 그때, 요리와 한참 눈을 마주쳤을 때 깨달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요리를 좋아한다, 고. 자신이 얼마나 요리를 좋아하는지 알아버려서 그게, 정말로 무서웠을 것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이라는 확신이 당장 드는 사람은 없으니까. 결말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고 싶다. 어떤 결말이라도 좋다. 둘이 달리는 곳이 이곳이든 아니든, 어쨌든 미나토와 요리는 행복하니까. 인간 뇌든 돼지의 뇌든 상관없다. 요리는 미나토가 있어서 행복했을 것이다. 미나토 역시 요리가 있어서 정말 정말 행복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의 끝을 ‘없음’으로 규정하고 오래오래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