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웃으면서 울어본 거 같다. 울다가 누가 의도적으로 웃겨서 풉하고 웃어버린 게 아니라 정확히 눈은 우는데 입은 웃고 있는. 눈물을 흘리는 행위 자체가 정말 오랜만인 거 같다. 사실 울고 싶은 적은 너무너무 많았다. 최근에는 아침에 눈뜨면서도 울고 싶었고 밥 먹으면서도 울고 싶었고 자기 전에도 울고 싶었다. 마음은 이미 울고 있는데 눈은 이상하리 만큼 건조했다. 수년간 눈물이 부정적이라고 계속 세뇌했어서 그런가 보다. 눈물이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이성을 잃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감정적으로 구는 모습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예전엔 슬프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그를 쏟으면서 마음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계속 삭이는 걸 연습해서 그저 묻고 또 묻었다.
근데 진짜 웃기게도 이걸 터트린 게 데이식스 유퀴즈라니ㅋㅋ 내가 진짜 미친 것 같기도 하고 어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한 8년 정도 후의 내가 나를 바라봤을 때 나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될 것이고 돼야 한다. 현재 내가 확신이 없는 게,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리는 게 그저 미래의 내가 봤을 때 이때의 나는 이렇게 작은 일로 왜 이렇게 힘들어했을까 안쓰러워할 정도로 커다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과 과거의 내가 하는 걱정과 근심과 후회, 아픔을 비롯한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이 그저 미래의 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과정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먼저 겪은 사람들이 눈물로 호소하는 그 위로들이 너무나도 와닿아서 뭐랄까.. 슬픈 건 아닌데 이유 모를 눈물이 계속 흘렀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웃는 모습이 찬란했다. 모든 걸 겪고 비로소 행복에 도달한 사람이 10년 전의 자신에게 말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운데 그 과정을 겪은 노고가 내 눈에 보였고 그 눈에서 흘렀다. 눈물이 아름답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제 울컥하면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살을 손톱으로 누르던 나쁜 버릇은 버릴 때가 된 것 같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별로 흔들리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데 나는 그게 왜 어려울까. 행복해지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왜 평범한 날이 없고 매일매일이 아프고 복잡하고 포기하고 싶을까. 진심으로 시간이 흐르는 게 싫다. 내일이 오는 게 싫고 그냥 모든 게 멈췄으면 좋겠다. 멈춘 시간 속에서 나만 흐르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것도 싫다. 그저 모든 게 멈췄으면 좋겠다. 생각이라는 걸 그만하고 싶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를 닥치는 대로 하기만 한다면 나을 것 같다.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올까. 나의 모든 생각들이 보상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행복하고 뿌듯한 날이 올까. 아파서 몇 번 울다 보면 그 끝은 해방의 눈물도 오겠지, 행복해서 울어본 적이 없는 나는 아직 겪어본 적 없는 그 경험을 아주 간절히 바란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리고 우리는 진짜 행복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