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arin's
점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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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bin
영화 /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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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국을 상상한다. 그것이 너무 크기에,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곧바로 잠이 든다. 잠에서 깨어나니, 신이 천국보다는 조금 더 작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기도하면서도 계속 잠으로 빠져들 것이다. 신은 외국어를 할 줄 알까? 신은 외국인도 이해해 줄까? 아니면 천사들이 작은 유리 칸막이 안에 앉아 통역해 주는 걸까? 그리고 정말로 천국에도 서커스가 있을까? p.15 나는 영화 속에서만 죽을 것이다. 내가 죽으면 불이 꺼지고, 그러면 나는 다시 살아난다. 나는 절대로 완전히는 죽지 않을 것이다! 나는 100년 이상 삶을 버틸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어머니의 얼굴은 어두워진다. 죽음을 입에 올리는 건 불운을 불러온단다! 어머니는 말한다. 하지만 무엇이 불운을 불러오지 않는단 말인가! 우리가 말하는 거의 모든 것이 불운을 불러온다. 어머니는 종종 울면서 이런 말을 한다. 아직 내가 곁에 있는 걸 기쁘게 생각해라, 나중에 이 세상에서 혼자가 되 고 나면 그게 얼마나 슬픈지 깨달을 날이 올 거다. 그렇다면 나는 나중을 기다려야 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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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동 부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건 진정한 발견이었지! 혼자 사는 게 엄청나게 좋더라. 클레르, 이 말은 매일 저녁 너와 식사하는 게 싫다거나, 여기 와서 함께 살지 못하게 하려는 뜻이 아닌 거 알지? 난 침묵의 거대한 해변을 무한히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이곳에선 내가 오직 나에게만 속하거든. 내 남편은 세상 을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일정이며 애정, 걱정과 계획과 두려움을 내게 강요했었다. 그 생각을 떠올리면 정말 끔찍해. 나는 과부가 된 게 금방 좋아지더구나. 그 정도로 고독을 즐기게 될 줄이야 한순간도 예측하지 못했단다. 노력을 한 것도 아냐. 그저 구경꾼처럼 고독을 관람했을 뿐인데 말이지.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애도가 대단한 바캉스로 변하더구나. 난 남편의 장점과 근심, 그리고 성실성과 신앙심을 존중했었어. 그러던 내가 갑자기 그의 골칫거리에서 놓여나 휴가를 받게 된 거야. 대단한 바캉스 정도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바캉스, 늘 그런 느낌이 든다니까. ••• “ p.54 - 그가 살아 있는 내내 누나는 고통을 겪었다. 사람이 그렇게 지 속적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죽자 누나는 행복해졌다.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의 육신이 사라지자, 감히 말하건대 기적처럼 고통 또한 사라졌다. 어쨌든 고통이 멎으면서 애도로 바뀌었다. 수년간 고통의 세월을 보낸 다음에, 슬퍼하는, 단지 슬픔에 잠긴 누나를 보는 것은 거의 경탄스러울 정도였다. 육신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p.155-156 - 아름다운 모든 것은 살아 있으므로. 그녀는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살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추억이다. 우리는 누구나 아름다웠던 것의 살아 있는 추억이다. 삶은 이 세계를 만들어낸 시간의 가장 감동적인 추억이다.' p.191 - 어느 날 누나가 한 말에 따르면, ‘풍경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불시에 스스로 열리며 누나에게 다가온다’ 고 했다. 그리고 ‘곳 자체가 제 안에 누나를 끼워 넣고, 단번에 품고, 보호하고, 외로움을 떨쳐버리게 만들고, 보살펴준다’ 고 했다. 누나의 머릿속은 풍경 안에서 하얗게 비었다. 그럴 경우 나쁜 생각들은 울퉁불퉁한 바위나 가시덤불 혹은 나뭇가지에 걸어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거기 억류되어 꼼짝달싹 못 하니까. 한번은 누나가 완전히 비워진 상태에서 '곳'이 누나 앞으로 확장되었다. 내면까지 이르렀다. 잎이 우거진 잔가지들이 쑥쑥 자라났다. 나비와 파리와 벌 들은 겁 없이 팔랑팔랑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들쥐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나서 누나의 무릎께로 다가왔다. 노란 이끼팡이로 뒤덮인 바위에 올빼미 한 마리가 앉아 있었지만, 올빼미도 누나도 아무런 두려움이나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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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내가 할 수 있는 말과 내가 할 수 없는 말을 구분하는 데 지쳤다. 무엇이든 다 말해버리고 싶고,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가 않다. 그러나 무엇이든 다 말하려다가도 문득 입을 다물게 되는 순간이 있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려다가도 불쑥 말이 튀어나 오는 경우가 있다. 나는 어떻게든 말하게 될 것 같고, 어떻게든 말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막막하다. 너무 좁은 방에서 너무 많 은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겨보고 싶다. 잠깐이더라도 마음에 드는 배치를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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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밤의 저 끝자락에서 뱃고동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제 나와는 영 원히 관계가 없어진 한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는 소리였다. 아주 오랜만에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가 왜 생명이 사그라져 가 는 그때에 '약혼자'를 둔 것인지 왜 다시 시작하는 놀이를 한 것인지 이 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곳, 생명이 꺼져 가는 양로원 근처에서도 저녁은 서글픈 휴식 시간 같았다. 그토록 죽음이 가까운 시간에 엄마는 거 기서 해방감을 느꼈고 처음부터 다시 살 준비가 되었던 게 틀림없다. 아무도, 그 누구도 엄마의 죽음에 눈물을 흘릴 권리는 없다. 나 역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모든 고통을 씻어 주고 모든 희망을 비워준 듯, 온갖 징조 들과 별들이 가득한 그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가 가진 정 다운 무관심에 마음이 열린 것이다. 나와 세계가 무척 닮아 마치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전에 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려면 내게 남은 소원은 오직 하나, 내가 덜 외로워하도록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그날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 와 증오에 가득 찬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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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그가 숲속을 걸어간다 그의 이름은 로키 무엇도 된 적 없고, 사실 로키는 로키도 된 적 없다 사람들이 로키 몰래 그렇게 부르는 것뿐이니까 구름보다 아무것도 아니어서 쓰르라미보다 아무것도 아니어서 로키는 아무것이나 되고 싶다 로키도 좋다 로키는 자신의 그림자가 무겁다 그림자는 로키보다 더 지쳐 있다 그러나 로키는 그림자를 업을 수 없다 침엽수들의 캄캄하고 젊은 그림자 숲 어디에도 로키를 기다리는 것은 없다 로키는 또다른 로키를 만날 뿐인데, 로키는 먼저 말을 거는 위인이 아니다 밤이면 잠이 오지 않아서 노루처럼 덤불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낮이면 밤에 잘 일이 걱정되어 끝없이 잠을 잔다 영혼은 있다 지치지 않는 새처럼 빗장뼈 아래서 퍼덕이며 죽을 때까지 집을 나가지 않는다 이 세상 사람 모두를 어딘가 조금씩 닮은 생김새, 로키는 휴식을 취하면 불안하고 걸으면 어지럽다 손을 넣기도 죄스러운 푸른 호수에 돌을 던진 일이 오늘 로키가 한 일의 전부다 - 고통 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흘린 피와 눈물의 흔적에 대한 이야기라고. 그것은 다만 '고통'에 대해 말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호소하는 지난한 과정일 따름인 것이 아니라, '생' 그 자체를 온전히 언어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었던 셈이다. 비록 그 과정은 완수될 수 없는 것이기에 시인은 끝없이 피와 눈물을 흘리며 이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게 되겠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피와 눈물의 길이 시인을 거듭 살아 있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통에 대해 조금은 다른 생각을 지녀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고통, 그것은 나를 괴롭게 만들지만 결코 죽이지는 못하는 생의 동력이라고. "심장이 음악으로 반짝"(『라보카행 오토바이」)이는 순간은 오직 생의 동력이 다하지 않은 한에서만 찾아올 따름이라고. 그리고 그 길에 서 우리는 가끔 다른 세계와 겹쳐지기도 한다고. 그러한 겹침은 오직 우리가 예비된 묘비명 아래 몸을 누이지 않은 한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라고. 그러니, 오직 나의 고통, 오직 나의 갈망. 그것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다만 그 생을 감당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굶주린 비명을 지르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살아 있음, 그것만이 모든 기적의 유일한 조건이기 때문에. -해설 <기적의 유일한 조건> , 임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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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사랑하지 못하고 대신 멀리 있는 사람들만 사랑한다고들 말하지. 주위 사람에 대한 사랑도 없는데 어떻게 멀리 있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나? 진흙 속에 피투성이로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그거 아나, 다른 사람을 위해 죽는다는 거, 사람들에게 자기 죽음을 바친다는 건 쉬워. 삶을 바치는 쪽이 더 어렵지. 매일 매일, 일 분 일 분을, 사랑으로, 살아 있는 사람 모두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으로 산다는 거 말야. 자기 자신에 대해 잊어 버리고, 자기를 위해 혹은 멀리 있는 누군가를 위해 삶을 구축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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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상태 꿈에 백발이 되었다 머릿속에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벌써 강을 다 건너왔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을 때 머리 위엔 이미 눈이 많이 쌓여 있었고 머릿속이 새하얘서 머릿속엔 아직 눈이 내리나보다 눈보라가 몰아쳐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나보다 보이지 않으면 좋다 아무 데로나 가도 상관없으니까 보이지 않으면 찍힌 발자국들도 다 사라질 테니까 이제 나는 다른 땅 위에 서 있다 거기서 뒤돌아본 강 위론 아직 눈이 내리는 듯하고 이제 저기로 되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 돌아갈 수도 없다는 사실 하나가 추위 속에 견고해진다 폭설은 백지에 가깝고 가끔 눈부시다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나는 또 백지를 본다 백지를 보여준다 내가 쓴 거라고 내가 쓴 백지가 이토록 환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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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틀비가 자신의 공간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대단히 온후하면서도 확고한 목소리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아니 얼마나 경악했을지 상상해 보라. 잠시 동안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앉아 아연해진 정신을 가다듬었다. 곧 내가 잘못 들었거나 바틀비가 내 말뜻을 완전히 오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분 명한 어조로 부탁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분명한 어 조로 이전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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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에 대한 내성 노을은 크고 작은 구름을 싣고 나뭇가지에 찔리며 바위에 찢어지며 뒤돌아보며 뒤돌아보며 흘러간다 나는 이 시간만 되면 부족한 것 같다 뼈도 하나 없는 것 같다 영원히 잘될 것 같지 않다 나는 망가진 채 태어난 것 같고 어려선 누가 고쳐주지 않아 망가진 걸 몰랐던 것 같고 지금은 망가진 걸 인정하기 싫어 고치기 싫다 아직도 주먹을 쥐면 네 손이 느껴진다 굳은 살과 툭 튀어나온 마디와 각질과 불에 덴 자국, 매일 조금씩 내 지문은 벗겨지지만 내 손을 덮은 네 지문은 벗겨지지 않고 수시로 내 손 을 찾는다 이제 나는 아무 일도 겪기 싫다 행복하고 싶지도 않다 괜찮고만 싶다 나중 말고 지금, 지금, 지금 좀 괜찮고 싶다 나는 거인의 박동을 가진 난쟁이다 아니 난쟁이가 가지고 노는 쥐다 쥐가 빠져나간 쥐다 눈을 다쳐 덤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어디에 발을 놓아도 편하지 않다 오늘에서 오늘로 넘어가는 시간 가시덤불을 흔든다 빨갛게 흔든다 오늘 밤 꿈에도 지난 오늘 밤처럼 아프리카에 가서 테이블 마운틴을 보고 싶다 또 한번 처음으로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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