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동 부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건 진정한 발견이었지! 혼자 사는 게 엄청나게 좋더라. 클레르, 이 말은 매일 저녁 너와 식사하는 게 싫다거나, 여기 와서 함께 살지 못하게 하려는 뜻이 아닌 거 알지? 난 침묵의 거대한 해변을 무한히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이곳에선 내가 오직 나에게만 속하거든. 내 남편은 세상 을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일정이며 애정, 걱정과 계획과 두려움을 내게 강요했었다. 그 생각을 떠올리면 정말 끔찍해. 나는 과부가 된 게 금방 좋아지더구나. 그 정도로 고독을 즐기게 될 줄이야 한순간도 예측하지 못했단다. 노력을 한 것도 아냐. 그저 구경꾼처럼 고독을 관람했을 뿐인데 말이지.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애도가 대단한 바캉스로 변하더구나. 난 남편의 장점과 근심, 그리고 성실성과 신앙심을 존중했었어. 그러던 내가 갑자기 그의 골칫거리에서 놓여나 휴가를 받게 된 거야. 대단한 바캉스 정도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바캉스, 늘 그런 느낌이 든다니까. ••• “
p.54
-
그가 살아 있는 내내 누나는 고통을 겪었다. 사람이 그렇게 지 속적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죽자 누나는 행복해졌다.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의 육신이 사라지자, 감히 말하건대 기적처럼 고통 또한 사라졌다. 어쨌든 고통이 멎으면서 애도로 바뀌었다. 수년간 고통의 세월을 보낸 다음에, 슬퍼하는, 단지 슬픔에 잠긴 누나를 보는 것은 거의 경탄스러울 정도였다. 육신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p.155-156
-
아름다운 모든 것은 살아 있으므로. 그녀는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살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추억이다. 우리는 누구나 아름다웠던 것의 살아 있는 추억이다. 삶은 이 세계를 만들어낸 시간의 가장 감동적인 추억이다.' p.191
-
어느 날 누나가 한 말에 따르면, ‘풍경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불시에 스스로 열리며 누나에게 다가온다’ 고 했다. 그리고 ‘곳 자체가 제 안에 누나를 끼워 넣고, 단번에 품고, 보호하고, 외로움을 떨쳐버리게 만들고, 보살펴준다’ 고 했다. 누나의 머릿속은 풍경 안에서 하얗게 비었다. 그럴 경우 나쁜 생각들은 울퉁불퉁한 바위나 가시덤불 혹은 나뭇가지에 걸어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거기 억류되어 꼼짝달싹 못 하니까. 한번은 누나가 완전히 비워진 상태에서 '곳'이 누나 앞으로 확장되었다. 내면까지 이르렀다. 잎이 우거진 잔가지들이 쑥쑥 자라났다. 나비와 파리와 벌 들은 겁 없이 팔랑팔랑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들쥐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나서 누나의 무릎께로 다가왔다. 노란 이끼팡이로 뒤덮인 바위에 올빼미 한 마리가 앉아 있었지만, 올빼미도 누나도 아무런 두려움이나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p.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