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무엇보다도 공간적 활용이 경이롭다 극장에서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보기 전에 <더 폴>이라는 제목이 못생겨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관 별개로 더 나은 제목이 있느냐? 묻는다면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문법에 관사가 없는 문화권이라……
그 정도로 이 영화는 추락에서 시작해 추락으로 끝나는, 떨어진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그 한 개념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다. 로이는 다리 위에서 추락하며 자살 미수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우울과 절망에 빠지나 하면, 알렉산드리아는 오렌지 나무에서 추락하여 로이와 만나게 된다. 애초에 그 계기도 알렉산드리아가 날린 편지가 예기치 않은 장소에 추락하며 생기는 인연이니? 알렉산드리아가 모험의 이야기를 타자화하다 ’나의 이야기기도 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 역시 로이의 부탁으로 모르핀 약을 빼돌리다 추락하면서 생긴 일이다. 알렉산드리아의 두 번째 추락 사고는 로이로 하여금 인생을 다시 살 결심을 하게 만드는 계기기도 하다. 로이가 그랬듯이, 우리는 끝없이 추락함으로써 비상한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방법을 터득하고, 낙담 속에서 새로운 인연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때때로 인생을 새로운 챕터로 이끈다.
아무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극장에서 꼭 보긴 바란다.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떠나는 기묘한 모험은 스턴트 배우를 위한 헌사기도 해서, 스크린타임 내내 감독이 영화에 갖는 정성과 애정의 크기에 압도당할 수 있는 몇없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