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를 말한다. 대답에 대한 보통의 반응은 "그게 누군데." 밴드가 첫 앨범을 낸 지 66년이 넘게 흐른 지금, 이 밴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생소하다. 그러나 이름을 듣고 '당시에 인기 좀 있었던 인디밴드' 라고만 생각했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이 밴드는 최초의 인디밴드였고, 주류를 정면으로 받아쳤으며, 밴드 활동 내내 인기가 없었다. 후대의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밴드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고 나서야, 이 밴드는 전설이 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 밴드의 노래들이 그렇게 대단하다는 것일까? 이유는 이 밴드가 ‘인디밴드’의 시초라는 점에 있다. 당시에 누구도 만들지 않았던 음악을 만들었고, 그 음악이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밴드의 노래들 중 가장 높게 평가 받는 노래들("I'm waiting for the man", "Heroin", "White light/white heat", "Sister Ray" 같은 노래들)을 실제로 들어보면, 노이즈와 불협화음이 섞이며 느껴지는 묘한 불쾌감과 함께 '도대체 어디가 좋은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은 정말로 지하(언더그라운드)에서 만들어진 듯 하다. 특히 최고의 명반으로 뽑히는 1집 "The Velvet Underground & Nico"의 한쪽에는 퇴폐적이고 음울한 가사에, 화음과 조화는 어디로 가버린 듯이 단순하고 시끄러운 음들의 반복만으로 채워진 음악이 있고, 다른 쪽에는 서정적이며 감성적인 미니멀한 팝이 있다. 마치 인디음악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다 펼쳐 보여주듯이.
(이전에 써둔 글 복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