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눈으로 읽다가
도중에 입으로도 읽어보았다
특정 인물의 시점에서 쓰여져 있어 엄청 몰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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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안 읽는 나에게 좀 어려웠다 하핰
그치만 표현이 감각적이고 체험적이라는 생각은 확실히 들었다.
다만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다른 책들이 엄청 사실적으로 인물이나 공간을 묘사했다면, 이 책은 모호한 색감이나 의외의 물질들로 감각을 묘사했다고 느꼈다.
예전에 공단 칼라에서 필름을 인화하러 갔을 때, 사장님이 보여줬던 타버린 필름을 인화한 사진들이 생각났다. 부분부분 원본이 남아있긴 하지만 나머지는 빛을 받아서 하얗거나 까맣게 변해버린 그 사진들과 소설의 이미지가 비슷했다.
왜 그렇게 느꼈냐면 이 소설 속 두 주인공은 말과 눈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지, 완전히 소멸 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니까..? 그 사이에 있기 때문에 타버린 필름 사진처럼 느껴졌던 거ㅛ 같다. 그것 말고도 소설을 읽다 보면 근접할 수 있지만 닿을 순 없는, 그니까 결론적으로는 단절되어 있는 것들을 자주 언급하는 것 같았다. 그것 중에 대표적인 게 언어 아닐까? 그래서 언어를 주된 소설의 주제로 잡은 게 그러한 이유 때문일 걸까?? 정말 그런가 궁금해서 자기 전에 내가 하루동안 느꼈던 감정들을 내 모국어인 한국어로 나타내보려고 했는데 딱 떨어지는 말들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불어와 희랍어 등 여러 언어에 관심을 느꼈던 여자 주인공의 마음이 좀 이해됐다.
책 표지에 있는 어떤 문학평론가분의 추천사가 좋았다. 신생의 언어와 사멸하는 언어의 만남이었나? 이런 말이 있었는데, 책을 읽고 그 추천사를 읽으니 더 와닿는 게 있었다.
한강 작가는 엄청 세심하고 예민한 사람일 것 같다고 느꼈다. 언어에서 피로감을 느낀다는 발상 자체를 난 해본 적 없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니 그 피로감이라는 게 뭔지 체감됐다. 사실 걍 오랜만에 글자를 많이 읽으니까 그때 좀 피곤했던 거 같기도 하다.
어렵고 추상적이라 책알못인 내게 도전적인 책이었지만~~ 그래도 확실한 건 재밌게 읽었다!! 다음에 또 읽으면 다르게 보일 것 같기도 하다. 보르헤스의 유언을 언급한 부분이 인상 깊어서 보르헤스의 말이라는 책을 빌려봤다. 8월에 읽어봐야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