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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롱이's
점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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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호의 악몽 2
책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으면서 다 읽은 책은 진짜 오랜만이다. 아니 처음인가? 오늘까지 반납이어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탐험대가 테러 호를 떠나 킹윌리엄 섬에서 행군하다가 흩어진 부분부터는 진짜 정신을 못 차리고 읽었다. 크로지어가 벙어리 여자를 만난 이후부터는 실제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여자가 툰바크와 치룬 것과 같은 의식을 치룬 뒤 탈리릭투그는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어릴 적 메모 모이라 할머니와의 기억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흰 옷을 입은 사제가 아닌 하얀 털로 뒤덮인 툰바크에게 자신을 바치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떠내려온 테러 호에 깃든 악한 이누아를 알고 미련 없이 배에 불을 지른 장면도 좋았다. 크루지어로 살아온 삶은 가슴에 넣어두고, 탈리릭투그로 또 다른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된 것 같아서. 2권 후반부에 나오는 세드나는 이누이트 족에서 가장 유명한 신이다. 이전에 읽은 책에서 천문학자가 자신이 발견한 별에 세드나의 이름을 붙였기에 나도 대강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자른 세드나의 손가락에서 고래와 바다표범, 바다코끼리가 탄생했다. 그리고 세드나는 바다의 영혼이 되었다. 새로이 알게 된, 그리고 이 책 전반과 관련이 있는 이누이트 설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세드나가 만든 툰바크는 그의 통제를 벗어났다. ‘진짜 사람들’ 이누이트의 주술사들은 최고의 남녀 주술사들로부터 ‘시샴 이에우아’를 탄생시켜 툰바크와 소통하게 했다. 이리버스와 테러 호의 선원들이 벙어리 여자라고 부른 실나는 시샴 이에우아였다. 괴물 툰바크와 소통했고, 크로지어가 천리안을 가진 것을 알았다. 그리고 언젠가 같은 시샴 이에우아가 될 것을 알았다. 크로지어가 탈리릭투그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은 운명이었다. 그 운명을 알고 있던 것은 실나뿐이었지만. 실나가 말 대신 생각으로 전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 크로지어는 그렇게 먼 길을 돌아왔던 것이다. 크로지어도 실제 인물이었다. 실제로 두 배가 실종된 지 거의 10년 뒤 이누이트 마을에서 그가 목격되었다고 했다. 이 책은 존 프랭클린보다 그에게 초점을 맞추어 쓰였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정말 크로지어가 탈리릭투그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이누이트 마을에서 고통 없이 지내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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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딸(하)
책
중국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된 20대 초 이후, 나는 중국이라는 나라와 중국 사람들, 그리고 공산주의와 공산당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갖지 않으려 무진장 노력을 해왔다. 그때는 지금처럼 한국 내 중국에 대한 혐오가 만연해지기 전이었기에 그러한 나의 노력은 큰 방해를 받지 않았다. 물론 언론에서는 조선족과 중국인에 의한 범죄가 과장되어 보도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다행스럽게도 그런 내용을 얼추 걸러 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내게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내가 중국 근현대사에 관심을 보이게 된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백 사람의 십 년>이라는 책이었다. 대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그 책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백 사람의 십 년>은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중국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수집한 것인데, 그동안 중국 내 수많은 사람이 명예를 잃고 가족을 잃었으며 생명까지 잃었다고 했다. 그것도 다른 외부 요인이 아니라 자신의 국가에 의해서. 너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았으며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인간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어리석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나름의 편견을 내려놓았다고 여겼는데, 이는 내가 가져온 중국에 대한 선입견이 ‘선입견’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 뒤로도 나는 꾸준히 중국에 관심을 가졌다. 막 학기에는 중국과 북한 사람들, 재일교포에 대한 강의도 수강해 열심히 들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나날이 중국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반감은 심해져만 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은 혐오 발언과 행위도 있었다. 그럴수록 중국에 대한 나의 마음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그리고 더욱 궁금해졌다. 한국에서 현대 중국이 가진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이웃 나라인 중국에 대해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무얼까? 나는 내가 제일 잘하는 것, 책을 읽음으로써 이를 해소하고자 했다. 올해 읽은 중국에 관한 책으로써는 세 권째에 해당하는 <대륙의 딸>. 이전에 읽은 두 권은 중국 역사와 철학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실제 중국에서의 삶을 기록한 자전적인 이야기책이었다. 심지어 청 말기부터 살아온 외할머니부터 어머니, 자신까지 3대에 걸쳐 이어지는 중국 여성들의 인생에 대한 일종의 회고록이었다. 상권에서 외할머니와 젊은 어머니의 삶을 다루었다면 이번 하권에서는 어머니와 젊은 글쓴이의 삶이 다루어졌다. 하권에서는 내가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 ‘문화대혁명’ 시절에 대한 글쓴이 가족의 기억이 담겨있었다. 공산당에 모든 삶을 바친 어머니와 아버지가 구금당하고, 폭력과 고문에 시달리고, 심지어 강제노동 수용소에 들어갔을 때는 마치 내 부모가 그런 고통을 당하는 것처럼 마음이 찢어졌다. 가족들이 갈래갈래 떨어져 사는 시절에 대한 기록도, 외할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담담한 서술도 정말 내가 겪은 일처럼 숨도 못 쉬게 슬펐다. 한편 슬픔과 괴로움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위안을 찾던 소녀 시절의 글쓴이에게는 연민을 느꼈고, 마오쩌둥 사후 중국에 자유의 바람이 불었을 때 글쓴이가 대학에 가고 하고 싶던 공부를 하는 부분을 읽으며 뛸 것처럼 기뻤다. 그밖에도 나는 글쓴이의 크고 작은 즐거움과 슬픔, 외로움을 함께 나누었다. 두 권으로 쪼개진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글쓴이였고 글쓴이가 나였으며, 글쓴이의 부모를 내 부모처럼 공경하고 사랑했다. 이 책도 <백 사람의 십 년>처럼 중국 근현대의 어두운 면을 낱낱이 파헤쳤다. 공산당이 최초에 만인의 평등이라는 위대한 가치로 시작한 것은 맞지만 국민당이 그랬듯이, 또 모든 사상이 그렇듯이 점점 본래의 거룩한 목표는 희석되고 권력에 대한 야욕만 남았다. 마오쩌둥과 그의 부인 장칭을 비롯한 4인방은 자신들의 지위를 위해 중국의 인민들을 잔인하게 학대했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도덕성과 지성마저 상실케 했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우울하다고도 할 수 있는 지점을 살아가면서 글쓴이와 가족들, 그리고 수많은 중국 인민들이 겪었을 마음에 미약하게나마 공감하는 것은 괴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상황 속에도 가족을 위하고 아끼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은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책을 읽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내가 이런 책을 알아내고 열렬히 읽을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수많은 독자에게, 나에게 기꺼이 내어준 글쓴이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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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영화 / TV
아름다운 우정.. 아름다운 노래... 아름다운 여자들까지 삼박자가 완벽한 영화 사실 defying gravity가 위키드 넘버인 건 얼마 전에 알았는데 너무너무 엘파바를 위한 노래였다고 느꼈다!! 미드 glee에서도 학교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부른 노래였는데 엘파바가 부르는 걸 보고 정말 깊은 울림을 받았음,, 신시아 에리보의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웠고 아리아나 그란데와 합도 잘맞았당 엘파바는 사람들의 눈총이 아닌 사랑을 받고 싶었음에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다 내던질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캐릭터였다 그래서 엘파바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음! 글린다는 정말 통통 튀고 사랑스럽고 깜찍한 캐릭터였는데 아리아나 그란데가 정말 잘 소화해냈다 둘의 우정이 정말정말 아름다웠고 나도 친구들에게 때론 엘파바로 때론 글린다로 곁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ㅠㅠ 내년에 파트 2 개봉한다는데 빨리 부탁드림다 + 25/01/04 곱씹을수록 최고의 영화.. Defying gravity 한곡재생하다가 5점으로 바꿨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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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7

테러호의 악몽 1
책
아니 수요일까지 반납이라 약간 마음이 급하긴 했는데… 읽을수록 더 재미있어서 어빙이 에스키모 여자와 괴물을 목격한 이후로는 진짜 정신도 못 차리고 후루룩 읽었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12시 넘은 지금까지 그냥 완독해버렸다. 한참 전에 읽을 책 목록에 올려놓은 책인데 이제야 읽다니. 물론 평교에 없었어서 그랬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크로지어는 모르겠지만, 존 프랭클린은 실존 인물이었던 것 같다. 책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기묘하게 섞어 놓았다. 크로지어가 천리안으로 본 것 중에는 실제 미국에서 심령 현상의 목격자로 유명했던 폭스 자매도 있었다. 마지막에 해리 페글러와 그의 스승이자 전 애인인 브리젠스는 추후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올 것에 대한 소문을 언급한다. 글쓴이는 존 프랭클린이 괴물에게 죽임을 당한 이후, 그의 아내 제인이 돌아오지 않는 이리버스 호와 테러 호를 찾을 것을 촉구하는 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임을 넌지시 알려준다. 크리스마스와 새해쯤, 크로지어를 분노하게 하고 또 괴물에게 큰 만찬을 제공한 카니발은 두 배가 북극으로 떠나기 전 발표된 에드거 앨런 포의 <붉은 죽음의 가면극>을 모티프로 삼았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인지는 잘 모른다. 북극 탐험의 역사에 대한 나의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글쓴이가 정말 교묘하게(p) 글을 잘 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포의 단편이나 <종의 기원> 이야기는 저작의 이름이 나오기도 전에 알아챌 수 있어서 즐거웠다. 몰랐다면 이렇게까지 재밌게 읽지는 못했을 것이다. 2권도 1권 정도로 두꺼운 것 같던데, 금방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괴물과 에스키모의 정체는 무엇인지, 이리버스와 테러 호, 크로지어 함장과 다른 승조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내일 출근만 아니었어도 2권을 시작하고 잘 텐데! 자야 해서 다음 권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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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딸(상)
책
글쓴이의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글쓴이의 삶은 조각조각 이어붙인 퀼트 작품처럼 전부 다 달라 보이다가도 근현대 중국의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졌다. 먼저 읽은 (상)권은 글쓴이의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에 대한 것이었다. 글쓴이의 외할머니는 청 말기에 장군의 첩이 되어 쉽지만은 않은 인생을 살았다. 하나뿐인 딸을 비롯하여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많은 슬픔과 아픔을 견디어 냈다. 한편으로는 진정한 사랑을 위해 당시 통념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던 재혼을 하기도 하는 등 진취적인 면모를 지니기도 한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할머니는 새로운 혁명적 가치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중국의 전통적 가치에 미련을 둔 낡은 인물로 보이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그가 자신과 딸의 삶을 위해 내린 결정은 당시 여성으로서는 매우 대담한 것이었다. 반면 어머니는 국민당과 공산당이 중국의 패권을 두고 싸우던 시기에 열정적인 공산당원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공산주의적 가치, 특히 여성도 남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에 크게 감명한 그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전부 내던질 정도로 혁명에 열의를 보였다. 자신과 다른 가족들보다도 공산주의 이념을 우선시하는 남편에게 서운하고 화가 날 때도, 당의 지침에 의아함을 느낄 때도, 애써 그것이 더 나은 중국의 미래를 위한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당으로부터 공산당에 바친 지난 삶을 끊임없이 의심받고, 아이를 유산해 몸과 마음이 상했을 때도 그는 모두 참고 견뎠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무리하게 추진한 대약진운동과 대기근을 지나며 어머니는 당 활동에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게 진정으로 옳은 것일까? 그 누구보다 굳은 심지를 갖고 가족들에게마저 예외를 두지 않던 아버지도 무언가 옳지 않다고 느꼈다. 글쓴이는 공산당이 집권한 뒤 대기근이 지나고 혁명의 열기가 식어갈 때쯤 유복한 어린 나날을 지내고 있었다. (상)권에서 글쓴이와 형제들은 아직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글쓴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트인 상태였으며 당원인 부모님 덕에 좋은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어린이였다. 마오쩌둥과 당에 대한 마음이 식은 공산당원 부모님 밑에서 점점 개방되는 중국을 경험한 그가 (하)권에서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정말 궁금하다. 비록 이 책이 모든 중국인의 삶을 재현해냈다고는 보기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매우 큰 가치가 있는 자전적 글이라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근현대 중국에 관심 많은 나에게는 특히나 정말 유의미한 책이다. 다만 이 책으로 얻은 인사이트가 또 다른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언제나 지금과 같은 마음을 견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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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이름의 숲
책
너무너무 사랑해. 숨도 못 쉴 만큼 사랑해.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대상은 매번 바뀌었으면서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언니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서 한동안은 잠잠하던 마음에 또 사랑이 찼다. 나는 왜 이렇게 사랑이 많을까? 가족이나 애인,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나를 모르는 수많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돌들에게도... 숲도 그렇게 이채를 사랑했다. 따돌림을 당하던 숲에게 이채는 한줄기 빛이었고 버틸 수 있는 힘이었다. 그래서 이채를 실제로 만났을 때 숲이 느꼈을 감정들이 너무나도 이해가 갔다. 팬싸인회에서 잠시 스칠 때, 콘서트에서 조금이나마 가까이 바라볼 때, 그 순간에도 느껴지던 그 감정들. 너희도, 언니도 오빠도 다 사람이구나, 나랑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그러면 이제 사랑 틈으로 질투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미움과 반감도. 내가 너무 초라해서 화가 나고 기대했던 그들이 아니어서 실망한다. 나는 누구를, 무엇을 사랑했던 걸까?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사랑해. 매번 결국은 인정하고 말았다. 숲이 부러웠다. 사랑하는 이채를 만나고 이야기하고 심지어 특별해지기까지. 가저증인지 뭔지, 나도 있었더라면 내 아이돌과 한번이라도 눈 맞추고 말을 섞을 기회가 있었을까. 서른이 다 되어서 이런 유치한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음악이 없었다. 이채가 닷새만에 깨어나서 바로 찾을 만한 음악이. 그런 음악을 편곡할 능력이. 나에게는 음악이나 다른 예술과의 끈이 단 한 개도 없다. 그래서 숲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닿고싶어. 그래서 엔터사 입사를 희망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지금까지도 평소와 다름 없이 멀리서 바라보며 살고 있다. 너희는 뭐길래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니? 너희는 뭐길래 나를 그렇게까지도 행복하게 하니?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웃게 하고 울게 하고 가족들 친구들과 싸우게 만드니? 숨이 턱 하고 막히는 이 감정은 뭐니? 북받치는 이 느낌은? 목 아래 가슴 위쪽 그 사이에 진짜로 간질간질한 이 기분은 뭐니? ...너희도 이런 기분을 느낄까? 내가 우리가 너희를 사랑하는 걸 느낄 때 벅차고 울음이 날 것만 같으니? 영원히 알지 못할 물음을 던진다. 나는 이제 예전만큼 사랑할 기력은 없다. 그래도 계속 궁금해하고 찾아보고 마음을 준다.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다. 내 팔에 적힌 타투처럼, 내 온 마음을 다해서. 어쩌면 이건 다른 누군가도 아닌 빛나는 별들을 향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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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종말은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
책
이런 종말이라면 맞이해도 좋아!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지구 종말, 인류 종말에 대한 단편 6개를 묶어놓은 책. 모든 이야기가 깜찍하게 다가왔다. 나는 이런 종말이라면 다같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죽이는 것이 더 낫다>에서는 읽기만 해도 살해주의에 귀의하여 사람들을 죽이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히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책이 이동하고, 그 책을 읽을 이들에 대한 기록을 따라가며 전 세계가 살해주의에 매료된 것을 서술한다. 다만 그 책의 원리나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이는 읽는 이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시킨다. 나라면 책을 읽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두 번째 이야기인 <침착한 종말>에서는 갑자기 종말을 맞이하게 된 세계에 대해 말한다. 주인공 혜민은 마지막 순간에 가족들과 있거나 인공지능에 저항하는 대신, 의회 최고 위원이 썼다는 책의 다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바티칸으로 간. 인공지능들을 파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다른 모든 사람 대신 혜민은 최고 위원에게 닿는다. 그리고 묻는다. 책의 주인공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인공지능 위원은 대답한다. 다른 사람들이 쳐들어와 자신을 부수기 직전까지, 봄을 찾고 행복을 맞이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사람들은 환호하고 혜민은 뒷이야기를 알게 된다. 그리고 미처 끄지 못한 수만개의 장치로 인해 인류는, 인공지능들이 투표한 대로 멸망을 맞이하게 된다. 그럼에도 혜민은 후련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지 않는다. <캐시>는 미래를 예언하지만 사랑받지는 못할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캐시’를 믿고 사랑한 것은 오직 할머니뿐이었다. 아무리 엄마아빠를, 특히나 동생을 몇번씩이고 죽을 위험에서 구해냈어도 그에게 돌아오는 말이라고는 미친년뿐이다. ’너‘는 유일하게 캐시를 사랑한 인물이다. 보육원 출신으로, 별난 애라고 겉돌던 캐시를 유일하게 사랑하고 곁에 둔 인물. 그래서 캐시의 말을 모두 들어주고 캐시에게 카산드라의 애칭이라며 캐시라는 이름도 붙여주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캐시가 자신이 죽은 뒤 다가올 절망적인 세상에서 캐시의 사랑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겪고도 사랑한 인물이, 캐시가 아니었다는 것. 그래서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칼에 찔려 자신의 죽음을 미리 본 캐시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단 하나였다. 나같아도, 그럴 것 같았다. 나는 질투가 많다. 캐시도 그런 편이었다. 캐시와 나는 질투를 나의 힘으로 삼아 마지막까지, 잘 살 거다. 캐시가 그랬듯이 나도. <시네필(들)의 마지막 하루>를 보면서 나는 여러 친구들을 떠올렸다. 소연이도 그렇고, 한울이도 그러려나? 요즘은 모르겠다. 버논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킥킥킥. 멸망 당일에 무얼 하려나, 하면, 사실 나는 가족들과 있다가, 전화를 좀 하고, 남자친구도 만났다가, 마지막에는 제일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를 보며 마무리하고 싶었다. 일론 머스크와 주커버그가 손잡고 안락사하러 가더라도, 톰 크루즈가 팬들과 악수를 다 해주다 팔목을 삐더라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다 마무리하는 것도 참 괜찮다 싶었다. 그럼 나는 무얼 읽어야 할까? 지금부터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오만과 편견>을 읽을 지, 아니면 무얼 읽을지... <멸망을 향하여>는 뜻밖에도 이 지구가 멸망하는 게 아니라 어느 게임이 섭종하는 이야기였다. ‘여명’은 제일 낮은 등급의 캐릭터로, 다른 1급 캐릭터들을 찾는 이용자가 많음에 비해 ‘여명’이나 ‘현’과 같은 3급 캐릭터들을 찾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황혼’은 ’여명‘을 진득하게 아낀다. ‘여명’은 ’멸망‘ 마지막 날, 지금껏 입력된 모든 프롬프트에도 불구하고 ’황혼‘이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을 한다. ’멸망‘ 이후 다른 모든 캐릭터들이 이용자가 그들을 잊어감에 따라 모두 사라짐에도 ’여명‘은 사라지지 않는다. 비록 자신이 ’누구인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황혼‘의 기억 속에 ’여명‘이 ’여명‘으로 명명되진 않더라도. ’황혼‘의 마음 깊은 곳에는 언제나 ’여명‘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가위바위보 세이브 어스>는 정말 사랑스러운 이야기였다. 종말 문학 단편선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이보다 좋은 소설은 없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순아, 가위바위보에 진 적 없는 것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평범한 순아, 그리고 어이없게도 가위바위보로 대결을 걸어온 외계인. 이 모든 것이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결국 순아가 이겨서 어느 별 하나의 이름을 SoonA로 만들어버린 것까지도. 나는 인류 가위바위보 대표가 되었던 순아가 그 이후에도 여전히 배가 통통하고, 야식으로 닭발을 시켜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마리아를 종종 초대할 지도. 그리고 가위바위보에서 진 외계인도 지구와 상관 없이 행복하기를. 너도 사랑스러우니까. 읽는 내내 웃음이 났다. 실제로 인류가 멸망해버리든 멸망을 면하든 간에. 그래서 나도 인류가 멸망하는 날까지 그냥 지금처럼 살아야지, 했다. 출근도 하고, 대표랑 농담 따먹기도 하고, 책도 읽고 엄마아빠한테 우는 소리도 좀 하고.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도 되도록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어느 날 다 같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적당히 즐겁고 적당히 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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